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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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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숲산림 시간 여행

선비의 밤을 환하게 밝히던 쉬나무

해마다 10월이 되면 반짝이는 붉은 열매가 영그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름도 흥미로운 ‘쉬나무’인데요. 쉬나무는 풍부한 꿀을 생산해서 벌들이 좋아하는 밀원수입니다. 쉬나무는 우리 선조들에게도 귀중한 나무였다고 하는데요. 조선 시대 선비들은 쉬나무 열매에서 짜낸 기름으로 어둠을 밝히고 공부했다고 합니다. 또 장엄한 기품이 있어 관상수로도 사랑받았다고 해요.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쉬나무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어린 시절 쉬나무에서 짜낸 기름으로 까만 밤을 밝히며 공부했다는 어르신께 여쭤보겠습니다.

▲꽃이 핀 쉬나무의 모습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꽃이 핀 쉬나무의 모습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어르신 안녕하세요! 쉬나무는 어떤 나무인가요? 저기 하얀 꽃들이 피어 있는 나무가 보이나요? 저게 바로 쉬나무요. 쉬나무는 심은 지 5년쯤이 되면 꽃을 피우는데, 개화 기간이 다른 나무들보다 더 길어서 약 20일 동안 꽃이 피어요. 한여름에는 하얀 꽃을 피우다 더위가 가시면 열매가 영글기 시작하지요. 조금 더 지나면 쉬나무 열매가 익어서 붉은색을 띠는데 그 안에 타원형의 새까만 종자가 수없이 들어있다오. 옛날에는 그 종자에서 얻은 기름이 매우 유용하게 쓰였지요. ▲쉬나무 수형
쉬나무에서 기름이 나온다고요? 쉬나무 한 그루에서 15kg이 넘는 씨앗이 생기는데, 거기서 짜낼 수 있는 기름의 양이 30ℓ나 된다오. 옛 선비들은 이사할 때 회화나무와 쉬나무 씨앗을 꼭 챙겨 갔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 것 같소?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회화나무는 공부방 주변에 심어 매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고, 기름을 얻을 수 있는 쉬나무는 뒷산에 심어서 밤새 등불을 밝혀 면학에 전념하겠다는 다짐을 했다오. 지금도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쉬나무를 소등(燒燈)나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옛 선비들은 쉬나무 열매 기름으로 등불을 켜고 공부했다.
기름을 얻을 수 있는 나무가 쉬나무뿐인가요? 날카로운 질문이오! 송진이 엉긴 소나무의 가지·옹이 부분인 관솔이나 아주까리, 들깨에서도 기름을 짜냈지만, 그것들은 그을음이 심하고 연기가 많이 나는 게 아니겠소! 그에 비하면 쉬나무 기름은 그을음도 없고 빛이 맑고 깨끗해서 공부방 호롱불을 밝히기에 안성맞춤이었다오. 횃불을 밝힐 때도 사용했지요. 석유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동백나무, 때죽나무와 함께 기름을 얻어내는 중요한 나무로 여겨져 전국적으로 많이 심었지요. ▲쉬나무의 붉은색 열매. 기름을 얻고, 약으로도 쓰였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쉬나무 기름이 지닌 다른 효능도 있나요? 그럼요. 쉬나무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풍부해서 약용으로도 널리 쓰였어요. 당뇨와 간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을 지녔는데, 알다시피 불포화지방산은 항산화와 고지혈 방지 등의 효능을 지닌 좋은 기름이잖소. 쉬나무 씨앗 기름을 지방간 세포에 떨어뜨리면 정상보다 3배나 높던 지방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오. 불포화지방산이 지방을 억제한 덕분이지. 또 쉬나무 열매는 이뇨제, 진통제, 구충제로 사용했어요. 목재는 다양한 기구, 건축재로 활용했고요. 꽃에서 꿀을 얻을 수 있다는 말도 아까 했지요? 예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실생활에 꼭 필요한 유용한 나무이지요.
그런데 왜 하필 ‘쉬’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중국의 한약재인 오수유와 열매의 생김새가 비슷하여 수유나무라고 부르다가 ‘수유’ 발음이 ‘쉬’로 변해 쉬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오. 쉬나무는 외형적으로 도드라지는 특징이 없어서 쉽게 알아보기 힘들 수 있는데, 잎을 찢어서 냄새를 맡아보면 은은한 귤 향이 나는 게 특징이라오. ▲(좌) 쉬나무 수꽃과 (우) 암꽃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그래서 그런지 아까부터 은은하게 단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아요. 자네 후각이 기가 막히게 좋구먼! 쉬나무의 영문명이 ‘Bee Bee Tree’라는 것만 알려줘도 대강 짐작이 되지 않소? 꽃에 꿀이 많아 벌들이 좋아하는 나무라는 뜻이오. 개화 무렵 쉬나무 근처를 지나면 세상의 벌들이 다 모였는지 벌들의 힘찬 날갯짓 소리에 귀가 얼얼할 정도라오! 암꽃과 수꽃 모두 꿀을 생산하는 데다가, 꽃이 잘 피지 않는 7~8월에 개화하니 꿀벌들에겐 더없이 고마운 자원이지요. 물론 사람들에게도 꿀을 제공해 주는 훌륭한 밀원수이고! ▲꽃에 꿀이 많아 벌들이 좋아하는 쉬나무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쉬나무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나요? 겨울에도 열매껍질과 씨앗은 그대로 붙어 있어요. 1월 말 즈음 줄기가 하나 또는 밑동에서 여러 줄기가 갈라져 나오고, 가지가 벌어져 위쪽이 둥글어지지. 계절마다 쉬나무를 관찰하는 재미도 아주 좋으니, 앞으로 눈여겨보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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