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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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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다양성의 보고, 제주 곶자왈

우리나라에는 화산활동이 빚어낸 독특한 숲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 곶자왈입니다. 곶자왈은 용암 숲으로 제주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는데요, 운문산반딧불이, 팔색조, 제주백서향 등 각종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귀중한 자연 유산입니다. 흡사 아마존을 연상케 하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 곶자왈을 소개합니다.

▲제주 문도지오름에서 본 한경 곶자왈

▲제주 문도지오름에서 본 한경 곶자왈

곶자왈은 오름의 화산활동으로 인해 경사를 따라 흘러내린 용암류가 굳어져 형성된 숲입니다. 제주어로 숲을 뜻하는 ‘곶’과 덤불을 의미하는 ‘자왈’이 합쳐져 ‘곶자왈’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곶자왈은 용암의 분출량과 온도, 가스 함량, 흘러가는 지형, 경사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독특한 지질 구조를 지닙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질연대를 측정한 결과, 제주 곶자왈의 나이는 1만 년 이내로 ‘젊은’ 용암지역에 속하는 편입니다. 풍화로 흙이 생성될 만큼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서 토양의 깊이가 얕으며, 현무암질 바위 위에 숲이 덮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였던 곳에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나무와 덤불이 마구 엉클어지며 지금의 우거진 숲을 이룬 것인데요. 제주 곶자왈은 우리나라 최대 난대림 지대로 지하수를 함양하고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원시림으로써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는 귀중한 자연 유산입니다.

각종 희귀생물을 품고 있는 원시림

운문산반딧불이 팔색조 제주백서향 제주고사리삼

곶자왈의 가장 큰 가치는 ‘생물 다양성’이 보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생물 다양성은 생태계 다양성, 생물 종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을 총칭하는 말인데요. 생물은 우리에게 연료, 식량, 산업 자재, 의약품 등 삶에 필요한 많은 것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뿐인가요? 공기, 물, 토양을 정화하고 산사태를 막아주는 등 중요한 환경조절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곶자왈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6%(110㎢)를 차지하는데, 제주 전체에 분포하는 생물 종의 46% 이상이 곶자왈에 서식합니다. 총 125과 353속 544종 3변종 2품종의 총 549분류군이 살고 있고, 희귀식물 32종도 분포합니다.
곶자왈만큼 잘 보존된 원시림을 찾아보기도 드문데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이유는 곶자왈이 외부 지역보다 환경적·생태적으로 양호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숲 내의 습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희귀종인 운문산반딧불이도 곶자왈에서 대거 서식하고 있는데요. 곶자왈은 내륙보다 온도와 습도가 적절해 희귀종 운문산반딧불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운문산밧딧불이 외에도 전 세계에서 제주에만 분포하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제주고사리삼, 개가시나무, 제주백서향, 빌레나무 등도 곶자왈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곶자왈은 생물 다양성이 잘 보존되어 있다 보니 자연스레 먹이의 개체 수가 많고 휴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비바리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팔색조와 긴꼬리딱새가 곶자왈에 터전을 마련하게 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지속적인 보존과 관리 필요

▲제주 4대 곶자왈

▲제주 4대 곶자왈

제주의 4대 곶자왈로 ‘한경-안덕’, ‘애월’, ‘조천-함덕’, ‘구좌-성산’을 꼽을 수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한경-안덕’과 ‘조천-함덕’에 총 605ha에 이르는 시험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곶자왈의 생태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림연구소에서 곶자왈 숲의 7년간 기온 빅데이터를 분석해 곶자왈 숲이 외부(성산·고산)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특히 관찰 기간 중 여름철 기온 차이가 가장 컸던 2016년도에는 곶자왈 내부가 도심지역보다 2.3∼2.8℃가량 낮은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숲의 기온이 더 낮은 이유는 나무의 증산작용과 그늘효과, 반사열 저감효과 때문입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제주 용암 숲 곶자왈의 기온이 제주 도심보다 훨씬 시원하다는 것을 장기간의 데이터를 통해 수치로 증명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자 지질학적 가치와 더불어 기온을 낮추는 효과도 뛰어난 제주 곶자왈, 지속적인 보존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생물 다양성이 잘 보존된 제주 곶자왈의 모습

▲생물 다양성이 잘 보존된 제주 곶자왈의 모습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곶자왈의 60% 이상이 사유지입니다. 골프장·관광지 건설, 도로·송전탑 설치 등 대규모 개발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는데요. 국립산림과학원이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곶자왈의 보존·이용에 대한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6% 이상이 “중요하다”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곶자왈을 포함한 제주 전 지역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곶자왈의 가치를 보존하고자 제주 지역 언론과 환경단체들이 곶자왈 보전 운동에 나서고 있으며, 산림청과 제주도는 곶자왈 사유지를 매입하여 개발의 손길로부터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주 속담 중에 ‘낭은 돌 의지, 돌은 낭 의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무는 돌에 의지하고 돌은 나무에 의지해야 더 든든한 터를 잡을 수 있다는 뜻으로,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자연과 사람이 조화되어 어우러지는 땅,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곶자왈의 내일을 잘 표현하고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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