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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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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숲산림 시간 여행

가문의 번영을 부르는 길상목,
회화나무

회화나무는 은행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왕버들과 함께 우리나라 5대 거목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우리 선조들은 회화나무를 최고의 ‘길상목(吉祥木)’으로 꼽았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대대로 서원 마당에 회화나무를 기르고 있는 한 어르신께 여쭤볼까요?

▲천연기념물 제472호 창덕궁 회화나무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제472호 창덕궁 회화나무 ©문화재청

어르신 안녕하세요, 서원 뜰에 피어있는 흰 꽃이 참 예뻐요. 이 꽃은 7~8월에 피는 회화나무 꽃이라오. 소담스러운 하얀 꽃이 진 후에 9월 즈음에 열리는 열매는 재미있게 생겼지요. 둥근 씨앗이 줄줄이 연결된 꼬투리 모양이 독특하답니다. ▲소담한 회화나무 꽃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회화나무 열매가 열린 모습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말로만 듣던 회화나무였군요. 어떻게 회화나무를 심게 되셨어요? 이 나무는 사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답니다. 아주 오래전 우리 조상님께서 집안에 들어오는 액운을 막고자 심으셨다고 들었어요. 원래 회화나무는 선비의 나무, ‘학자수(學者樹)’로 알려졌는데, 그것과는 좀 상반된 기운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옛날에는 회화나무를 ‘괴화목(槐花木)’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회화나무 괴(槐)’는 ‘나무 목(木)’에 ‘귀신 귀(鬼)’가 합쳐진 한자어인데요. 선조들은 회화나무가 단어의 뜻처럼 ‘귀신을 쫓는 나무’여서 집 주변에 심으면 나쁜 기운을 쫓고 좋은 기운을 불러온다고 여겼어요. 그 덕분에 가문이 번성하고 큰 학자나 큰 인물이 난다고 굳게 믿었지요.
그래서 회화나무를 ‘길상목(吉祥木)’으로 여겼군요?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알아차리니, 자꾸 알려주고 싶은 젊은이구먼! 궁궐에서도 잡귀를 쫓기 위해 회화나무를 많이 심었어요. 특히 음나무, 대추나무와 함께 액운을 막기 위한 부적으로 썼죠. 또, 조선 시대 문·무과 시험에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어사화’를 내린 건 알지요? 그 꽃이 바로 회화나무 꽃입니다. 그 정도로 귀하게 여겼지요. 회화나무를 상서롭게 여긴 건 우리나라뿐이 아니에요. 중국에서는 회화나무가 ‘출세’의 상징, 서양에서는 ‘학자 진출’의 의미로 통했답니다. 참! 천 원짜리 지폐(구권) 뒷면에 새겨진 나무도 퇴계 이황이 도산서원에 심었던 회화나무랍니다. ▲천 원짜리 구권 지폐 속 회화나무
회화나무로 부적도 만들었다던데요? 하하, 맞아요. 회화나무 꽃과 열매에서 추출한 노란 색소를 종이에 물들여 부적을 만들었어요. 염색한 종이를 ‘괴황지’라고 불렀는데, 노란색이 귀신을 쫓는다고 여겨 ‘달마도’나 여러 부적에 괴황지를 사용했지요. 방을 도배할 때 초배지로도 썼습니다. ▲회화나무 꽃과 열매에서 추출한 색소로 만든 괴황지
경주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18호 회화나무’에 관해서도 잘 아시나요? 안강읍 육통리 경로당 옆에 우뚝 솟아있는 회화나무 말이구먼! 높이가 족히 20m는 될 거요. 수령은 약 400년이라고 알려졌는데, 주민들은 600~700년쯤 됐다고도 말해요. 이 회화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들어볼래요? 600년 전 고려 공민왕 때 그 마을에 살던 열아홉 살 ‘김영동’이란 청년이 징집돼 전장에 나가게 됐어요. 청년은 떠나기 전 집 앞에 회화나무를 심고선 어머니에게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잘 가꿔달라고 당부를 했다지요. 열심히 보살피면 그 공덕에 자신이 살아 돌아올 거라면서…. 그런데 어머니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 후 마을 사람들이 청년의 효심과 어머니의 정성을 기려 회화나무를 보호수로 삼고 돌봐왔어요. 지금도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회화나무에 동제(洞祭)를 지내요. ▲천연기념물 제318호 경주 안강읍 육통리 회화나무 ©문화재청
킁킁. 그런데 나무 근처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자세히 봐봐요. 회화나무 주변에는 모기나 파리 유충 등이 전혀 없지요? 바로 회화나무 특유의 향 때문이에요. 말이 나온 김에 회화나무 성분도 얘기해볼게요. 회화나무는 아이소플라본(isoflavon)이 풍부합니다. 그리고 꽃은 고혈압과 혈당을 조절하고 혈행을 개선하는 데 좋고요, 열매는 지혈 효과가 있어요. 한방에서는 꽃과 열매, 껍질을 달여서 오랫동안 먹으면 머리카락이 세지 않고 장수한다고 여겼어요. ▲과거 한약재로 쓰인 회화나무 잎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국립산림과학원이 회화나무를 기능성 활용 연구 대상으로 택한 것이 이해되네요. 아, 저도 그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회화나무 종자 추출물을 분석해 새로운 효능을 발굴하고 천연색소 등의 기능성을 검정해 다방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죠? 화학 색소를 능가할 정도의 색소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색소 자원이 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어르신, 저도 좋은 기운을 받고 싶은데요. 어디로 가면 회화나무를 쉽게 볼 수 있을까요? 내가 아까 ‘학자수’라고 얘기했었지요? 과거 서원, 서당, 사대부가에 많이 심었기 때문에 옛 서원에 가면 회화나무 노거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거요. 창덕궁이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양반 마을에도 있고요. 젊은이, 회화나무 기운을 받아서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길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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