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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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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은 무척 깁니다. 하지만 끝까지 읽으신다면 숲에 대한 당신의 상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입니다. 1년을 읽으면 당신도 나무박사!!

숲의 천이(遷移, Ecological succession)와 극상림(極相林, climax forest)

숲의 천이(遷移, Ecological succession)와 극상림(極相林, climax forest)

우선 천이에 대해 알아볼까요? 천이(succession)란 생물의 군집(community)이 환경변화, 영영분의 변화, 경쟁 등 다양한 생태적 원인에 의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군집의 구성원이 변화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환경이 안정적이고 변화가 없으면 안정적인 군집이 계속 유지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군집의 개체가 늘어나죠. 반면 경쟁에서 뒤처진 군집의 수는 줄어들거나 사멸하는 등 다양한 생태적 원인에 의하여 천이가 일어납니다. 이처럼 천이는 어떤 특정한 지역이 한 식물종에서 다른 식물종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식물군집에서의 1차 천이(plant succession)는 불모지에 처음 식물이 자라는 지의류나 1~2년생 초본류가 침입합니다. 그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년생 초본류부터 관목, 양지성 교목류가 침입하죠. 다음으로 내음성이 강한 교목류의 숲으로 변화해갑니다. 이를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면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 처음 들어와 사는 식물이 지의류인 것이죠. 지의류가 붙어 있는 바위 위에는 약간의 토양이 형성되고 수분함량이 증가하면서 이끼류가 들어옵니다. 이끼류가 자라면서 더 많은 토양이 발달하여 여러 종류의 풀이 자라는 초원으로 변합니다.
이후 다년생 풀과 나무가 들어와 숲이 형성됩니다. 처음에는 어릴 때 빛을 많이 받아야 잘 자라는 소나무와 같은 양수림이 형성됩니다. 양수림이 형성되면 숲의 아래층에는 약한 빛에서도 잘 자라는 참나무 등이 자라죠. 이에 따라 점차 숲은 음수림으로 변합니다.

천이 과정에서의 환경 변화

1차 천이(primary succession)가 있으면 2차 천이(secondary succession)도 있겠죠. 놀랍게도 1차 천이 다음에 2차 천이가 진행될 것 같지만, 아닙니다. 1차 천이와 2차 천이는 전혀 다른데요. 2차 천이는 1차 천이에 의해 발달하던 식물군집이 산불, 홍수 등 자연재해나 인간의 활동(벌채) 등 다양한 외부교란이 발생해 파괴된 후 다시 시식이 복구되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2차 천이는 1차 천이보다 빠르게 진행됩니다. 1차 천이 과정 중에 이미 축적된 토양 유기물과 식물의 번식체(종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숲이 2차 천이림이죠.
1차 천이림이든 2차 천이림이든 식물천이의 최종단계는 극상군집(極相群集, climax community)이라 부릅니다. 이는 긴 시간 동안 거의 변화 없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하는 군집을 말하는데요. 식생형이 산림일 때 이를 극상림(極相林, climax forest)이라고 합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숲의 천이 과정 중 생태계가 기후조건에 맞게 성숙되고 안정화된 숲의 마지막 단계가 극상림인 것이죠.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숲은 갈참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등이 식생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온대 중부지역의 극상림을 보여주는 세계 유일한 곳으로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그럼 극상림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좀 더 알아볼까요?
극상림이 형성되는 이유는 크게 단극상설(單極相說, monoclimax theory)과 다극상설(多極相說, polyclimax theory)의 2가지 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학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관점은 산림 군집 또는 식물군집의 지역에 따른 기후적인 차이, 천이 진행의 시간적 연장 허용의 차이, 교란의 유형과 정도의 차이 등 관점에 따른 것입니다.

단극상설(기후극상)

단극상설은 상당한 세월 동안 외부로부터의 교란 없이 천이가 진행된다면 어떤 주어진 기후 지역에서는 동일한 종 구성과 구조를 가지는 식물군집, 즉 하나의 극상 군집을 향하여 발달한다는 학설입니다. 식물 천이 이론과 학술용어 정립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미국의 생태학자 Clements(1916; 1936)를 비롯하여 Cowles(1899)와 덴마크의 식물학자 Warming(1909)이 단극상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들입니다.
Clements(1916)는 어떤 지역에서의 식생의 변화에 따른 천이의 방향은 기후에 의하여 이미 결정되어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므로 극상 군집은 그 지역 기후의 함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토양, 지형 또는 생물상보다는 기후에 의하여 극상 군집이 결정된다고 믿었죠. 바로 기후 극상(氣候極相, climatic climax)만을 인정한 것입니다.
단극상설의 다른 이론적 배경은 생태적 수렴(ecological convergence) 원리에 의하여 설명되기도 합니다(Kimmins, 1987).

생태적 수렴이란 계통이 다른 생물군이 동일한 환경에서 유사한 쪽으로 진화하여 결국 비슷한 외형이나 특징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천이는 일차적으로 기후조건에 의하여 조절되기 때문에 주어진 기후 지역의 여러 가지 입지형에서 발달하는 생물군집은 종 구성과 구조상의 수렴을 거치면서 궁극적으로 한 가지의 극상 군집형, 즉 기후극상에 귀착된다는 것이죠. 물론, 동일 기후 지역 내에서도 수분 조건, 양료 조건, 토양형 등이 다른 여러 가지 물리적 환경 조건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환경요인에 따라 천이의 초기 단계에서는 군집의 구조, 기능, 식생 구성 등이 다르게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생물학적이고 물리적인 과정이 경합하여 건조하거나 습한 입지는 덜 건조하거나 덜 습하게, 비옥하거나 척박한 입지는 덜 비옥하고 덜 척박하게 환경 조건의 극한 상태를 완화해 나아간다고 생각한거죠.

이처럼 원래의 물리적 환경 조건에 상관없이 천이가 진행되는 동안 입지 조건의 수렴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동일한 극상 군집이 모든 기후 지역을 차지하게 된다는 이론이 단극상설입니다.
한편, 단극상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예외적으로 준극상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준극상(準極相, proclimax)이란 천이계열상 극상에 도달하기 직전의 천이 단계(seral stage)를 뜻합니다. 동일기후대 내에서 여러 가지 교란 인자 즉, 국부적인 고온 건조한 기후, 다습 한랭한 기후, 국부적인 토양 특성, 산불, 병해충, 벌채, 화전 등 인간의 간섭 등으로 인해 극상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군락이지만 교란이 그 이상 계속되지 않으면 극상으로 대체될 수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준극상은 성립 원인에 따라 전극상(前極相, preclimax : 기후 극상에 인접하여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고온 건조한 입지에서 출현하는 군락), 후극상(後極相, postclimax : 기후 극상에 인접하여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습윤, 한랭(wetter and cooler)한 입지에서 출현하는 군락), 아극상(亞極上, subclimax : 식생 천이 단계에 있어 극상에 도달하기 전의 천이 단계 생태적 특성상 극상에 도달할 수 없는 군락), 방해극상(妨害極相, disclimax : 인간 활동과 같은 교란으로 천이가 정지된 군락), 산불 극상(山火極相, 火災極相, fire climax, pyric climax : 산불에 의하여 유지되는 군락)으로 나누어집니다.

다극상설

다극상설이 주장된 이유는 Clements 등(1936)에 의하여 비극상으로 분류되는 군집들이 특정 기후 지역 내에서도 토양, 지형 및 생물학적 요인들과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 여러 학자에 의하여 관찰되었고, 기후가 이러한 요인들보다 생물군집을 통제하는 중요도가 높다는 기본적인 이유를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단극상설에 의구심을 갖고 천이를 연구하던 학자들은(Tanslet, 1920; 1935; 1941; Olsom, 1958; Daubernmire, 1966) 동일 기후 지역 내에서도 특정한 토양혈, 특정한 지형적 위치 또는 특성상 교란의 역사를 가진 생물상에 따라 각기 다른 극상 군집이 형성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론을 다극상설이라고 합니다.
다극상설이 의미하는 바는 동일 기후 지역 내에서도 식생의 생육과 분포를 조절할 수 있는 다른 요인(토양, 지형, 산불 등)이 원인이 되어 극상의 성격을 나타내는 생물군집은 기후 극상과 동등하게 독립된 극상으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지형극상인 암석지의 소나무림(대구 팔공산)

▲지형극상인 암석지의 소나무림(대구 팔공산)

지형극상인 암석지의 소나무림(문경 희양산)

▲지형극상인 암석지의 소나무림(문경 희양산)

그러므로 천이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가지 종류의 생물체와 환경의 조화에 의하여 독특한 환경적, 생물상적 조건을 가진 극상 형태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죠. 즉, 기후극상으로의 진행을 저지하는 환경요인에 따라 토양극상(土壤極相, edaphic climax), 지형극상(地形極相, physiographic climax), 산불극상(山火極相, pyric climax), 생물극상(生物極相, biotic climax) 등과 같은 형태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소나무림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극상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극상림이 될 수 있는 조건은 전나무, 주목, 동백나무처럼 음수성(어릴 때 그늘에 강한 나무) 수목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소나무는 자작나무, 낙엽송처럼 양수성(전 생애를 통하여 그늘에 약한 나무) 수목으로 극상림으로 천이해 갈 수 없습니다. 아극상림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숲가꾸기 등의 인간간섭, 산불, 산사태와 같은 자연적 교란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소나무림을 유지하기 위한 인위적 교란이 정당화될 순 없겠죠? 우리의 숲이 말 그대로 자연 그 자체가 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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