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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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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앞을 지켰던 석류나무 이야기

그런 맛 아세요? 신맛이 나면서 단맛도 나는 그런 맛이요.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기엔 아주 제격인데요. 이렇게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과일을 떠올리다 보면, ‘석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붉은 과육이 알알이 박힌 모습을 상상만 해도 침이 살짝 고이는데요.
한때 수없이 불린 “미녀를 석류를 좋아해~”라는 가사처럼 석류는 아주 익숙한 과일이기도 하죠. 실제로 석류나무는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왔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 속 석류나무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켜온 걸까요. 앗, 저기! 누구보다 석류를 잘 알고 있다고 외치는 조선 시대 선비 한 분이 보입니다.

석류 열매의 탐스러운 자태

▲석류 열매의 탐스러운 자태

선비님, 집 앞 화단에 석류나무를 심어두셨네요? 나와 내 안사람이 석류를 참 좋아하오. 맛도 맛이지만 ‘다산’의 상징이 아니오? 석류가 익으면 열매가 벌어져서 그 속에 씨앗을 감싸고 있는 붉은 과육이 아름답게 빛나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씨가 워낙 많아서 자손번영과 다산을 뜻한다오. 얼마 전 공주님께서 혼례를 치르셨는데 그때 예복인 원삼(圓衫)에 석류 문양을 새기신 것도 바로 그 이유라오. 조선 시대 선비들은 석류나무를 사랑채 뜰에 즐겨 심었소. 예로부터 붉은색이 사귀를 제압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조선 시대에는 붉은빛 석류가 제액을 방지한다고 믿었다오.
석류를 어떻게 드셨는지도 궁금해요. 일단 석류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소. 단맛이 나는 감석류는 식용으로 쓰이고, 신맛이 나는 산석류가 약재로 많이 썼지. 조선 후기 농서 ≪증보산림경제≫에 따르면 달인 산석류 뿌리껍질을 매일 아침 공복에 먹으면 회충이 모두 죽어 배설물로 나온다고 하오. 그 비슷한 기록이 의서≪구급이해방≫에도 있는데, 석류나무 껍질 달인 물을 빈속에 복용하면 설사와 이질을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소이다. 조선 후기 농서 증보산림경제 ©국립중앙박물관
약으로도 쓰였다니 놀라워요. 석류 열매는 무엇보다 맛이 좋지요! 그래서 나도 참 좋아하는 과실이오. 또 여름철 갈증을 해소하는 데 석류만한 게 없지. 식이요법 의서 ≪식료찬요≫에도 갈증이 날 때 석류를 먹는다는 기록이 있소. 석류알을 붉은 오미자 물에 넣고 꿀과 잣을 타 만드는 석류화채는 더운 날 내가 즐겨 마시는 음료라오. 그런데 석류를 먹기만 한 것은 아니라오.
어디에 또 쓰이나요? 붉은빛의 꽃은 주로 염료로 활용했지. 나무껍질도 옷감을 염색할 때 유용하게 썼고. 나무는 구리거울을 닦을 때도 썼는데, 나무껍질에 ‘옥살산’이 함유되어 있어 거울의 얼룩이 깨끗하게 지워지는 거라오. 거문고 현 줄을 만들 때는 석류나무 잎을 먹은 누에를 활용하기도 했고. 어린잎은 삶아서 나물로 먹으면 기가 막히게 맛있소. ▲석류알로 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석류의 붉은빛 꽃은 염료로, 씨를 뺀 열매는 연지를 만들어 썼다.
열매의 빛깔이 고와서 화장용으로도 좋았을 것 같아요. 아차, 내가 그걸 빼먹었군! 1830년경 쓰여진 종합 농업기술서 ≪농정회요≫에 그런 기록이 있지. 석류 열매를 쪼개서 씨를 빼낸 다음 연지를 만들어 썼다고. 내 안사람도 석류 연지를 즐겨 쓴다오.
그래서 ‘여성의 과일’로도 유명한 걸까요? 그건 성분 때문이요. 석류의 학명인 그라나툼(granatum)은 입상(粒狀)을 뜻하는데, 알갱이가 살처럼 많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오. 석류 알갱이엔 천연 식물성 에스트로젠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이것이 석류가 여성의 과일로 알려진 까닭이라오.
정조 임금이 석류를 아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그 이야기도 아는군! 정조 임금이 펴낸 문집인 ≪홍재전서≫에 나온다오. “나는 본래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석류만이 잎이 돋아나고 꽃이 필 때부터 열매는 맺어 익을 때까지 그 절기의 이르고 늦음이 벼와 모두 부합된다. 그러므로 매우 기뻐하며 뜰 앞 계단 아래에 항상 석류나무 몇 그루를 남겨 두었다.” 정조 임금은 재위 기간에 1,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던 ‘식목왕’이었다오. 나무를 고를 땐 열매를 먹을 수 있는 나무, 옷감 재료로 쓸 수 있는 나무 등 철저하게 백성의 관점에서 고민하셨지. 정조 임금은 궁궐 뜰에 심어둔 석류가 익을 무렵이면 벼를 수확하는 백성들의 노고를 떠올리곤 하셨소.
석류나무 꽃은 언제 피나요? 석류나무 꽃은 주황색이나 붉은색을 띠면서 5~7월에 활짝 핀다오. 열매는 노란색이나 노란빛이 도는 붉은색으로, 9~10월에 열매가 익으면 껍질이 불규칙하게 터지면서 씨가 나온다오. 우리가 익히 아는 석류의 모습이지. 흥미로운 점은 석류나무의 꽃과 열매가 달려 있는 기간이 4~5개월이나 된다는 것이오.
미처 몰랐던 점이 많았네요! 사실 석류나무는 현대에 와서 우리와 함께한 줄 알았거든요. 하하. 뿌듯하군! 사실 석류나무가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고 하오. 8세기경 중국을 통해 한반도에 유입됐다고 추정할 뿐이지. 추정대로라면 석류는 굉장히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한 것이라오. 자, 앞으로 석류나무를 보면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지 않소? 맛있는 석류 드시고 더욱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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