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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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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 생강나무

‘봄’ 하면 갓 터진 꽃망울이나 은은한 햇볕이 떠오릅니다. 얼어붙은 땅에 온기가 스며드는 계절임을 알려오는 풍경은 늘 반가운데요. 그중에서도 여느 봄꽃보다 재빠르게 봄소식을 전하는 나무가 있습니다. 회갈색 나뭇가지 위로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가 그 주인공입니다. 노란빛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를 소개할게요.

‘노란 동백꽃’이 생강나무?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의 단편 소설 「동백꽃」 중 한 대목입니다. 여기서 ‘노란 동백꽃’은 우리가 아는 빨간 동백꽃이 아닌, ‘생강나무’입니다. 소설 속 배경인 강원도에선 생강나무를 ‘동백꽃’, ‘동박’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알싸한 내음새’만 봐도 생강나무임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생강나무의 잎이나 줄기를 잘라 비비면 진한 향이 풍기는데, 그 냄새가 마치 생강 냄새와 비슷하다고 해 ‘생강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니까요.

산속의 생강나무

▲산속의 생강나무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생강나무(Lindera obtusiloba Bl.)는 녹나뭇과의 낙엽활엽수로, 키는 2~3미터가량으로 숲에서 자랍니다. 나무들은 자라는 지역이 한정돼 있지만, 생강나무는 전국 산지에서 쑥쑥 큽니다. 계곡 일대와 7부 능선 이하 사면, 고산 주 능선처럼 특정한 곳을 포함해 산속 골고루 분포해 있어요. 키 큰 나무들 사이에서도 햇볕과 수분을 잘 흡수해 소나무 숲이나 참나무 숲에서도 거뜬히 자란답니다.

닮은 듯 다른 생강나무와 산수유

‘봄 전령사’라는 별명답게 생강나무는 노란 꽃으로 봄의 시작을 가장 일찍 전합니다. 3월 초부터 꽃이 잎보다 먼저 피어 산야를 노랗게 물들일 때 쯤이면 이미 완연한 봄이 됩니다. 그런데 개화 시기와 꽃 색깔이 산수유와 비슷해 두 나무를 혼동하는 사례가 많아요. 그렇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생강나무 꽃
산수유 꽃

▲(좌)생강나무 꽃과 (우)산수유 꽃

우선생강나무의 껍질은 매끈하지만, 산수유나무 껍질은 거친 편에 속해요. 꽃 모양으로도 두 나무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노란빛은 비슷할지 몰라도 모양은 확실히 다르거든요. 생강나무꽃은 가지에 바짝 붙은 채로 둥글게 뭉쳐있고,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어 활짝 펼쳐서 핍니다. 또, 줄기 끝이 녹색이고 갈라지지 않았다면 생강나무, 줄기가 갈색이면 산수유이니 잊지 마세요.

먹고, 바르기도 해요!

생강나무는 쓰임새까지 알고 나면 더욱 친밀하게 느껴집니다. 마른 어린잎은 차(茶)를 만드는 데 쓰였는데, 이 차를 마시면 마음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혀끝을 감싸는 생강 향은 특유의 풍미까지 더한다고 하네요. 이 점 때문에 잎을 쌈이나 장아찌, 부각으로 만들어 먹기도 했고요.

▲(왼쪽부터) 생강나무의 잎, 열매, 나무껍질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열매는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그리고 검은색까지 세 번 변하고 시기마다 다른 효능을 갖고 있습니다. 초록색 열매는 간, 붉은색 열매는 심장, 검은색 열매는 신장에 이로워 각 시기에 따라 음료로 섭취하는 방법도 있어요. 검은 열매의 경우 중부 지방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았는데, 바로 ‘기름’ 때문입니다. 중부 지방에선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탓에 생강나무 열매 기름이 동백기름을 대신해 머릿기름, 등잔용으로 쓰였습니다. ‘생강나무’ 말고도 ‘산동백’, ‘올동백’, ‘동박 나무’ 등으로 불리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한방에서는 생강나무 껍질을 ‘삼찬풍’이라 해 타박상, 어혈종통을 치료하는 데 썼습니다. 가지는 복통과 해열, 기침 등의 치료에 쓰였고요. 발목이나 허리를 삐끗했을 때도 가지를 달여 마시면 부기와 통증이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생강나무는 관상의 가치는 물론이고 식용, 약용 기능까지 두루두루 갖추고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 나무인가요. 곧 나무 전체에 흐드러질 노랗고 작은 생강나무 꽃송이를 보며 봄을 함께 맞이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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