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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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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숲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산림 이슈를 알려드려요 지금 숲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산림 이슈를 알려드려요
우리의 숲지금 숲에서는

올해는 봄꽃이 더 빨리 핀대요!
(feat.엘니뇨)

지금 숲에서는 봄꽃들이 빠르게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꽃샘추위 속 형형색색의 꽃들이 하나둘 피어나자 괜스레 마음도 설레네요. 혹독한 겨울을 보낸 우리에겐 참 반가운 일이지만, 자연에는 마냥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봅니다. 때 이른 개화 소식과 그 이유를 알려 드릴게요.

이른 봄 인사 전한 복수초·초령목·제주도롱뇽

홍릉숲에 핀 복수초
초령목

▲(좌)홍릉숲에 핀 복수초와 (우)초령목

올해가장 먼저 봄꽃 소식을 알린 건 복수초입니다. 복수초는 쌍떡잎식물인 여러해살이풀로 앙증맞은 노란색 꽃을 피웁니다. 올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복수초는 1월 15일 홍릉숲에서 발견됐어요. 평년 개화일인 2월 12일에 비해 한 달 가까이 빠른 개화로 그 시기는 점차 빨라지는 추세예요.
복수초는 개화 직전 20일간의 기온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일평균 20.4 ±8.5℃면 피어나죠.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홍릉숲의 복수초 개화일은 1월 21일 ±8일인데요, 10년 전 2월 18일 ±4일, 20년 전 2월 26일 ±3일에 비하면 한 달 이상 빨라진 거예요.
한반도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희귀·멸종 위기 식물 초령목도 1월 25일 제주에서 꽃을 피웠어요. 예년에 비해 한 달가량 일찍 인사를 한 건데,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이른 만남이래요. 약 10년 전인 2009년과 비교하면 개화가 40일가량 앞당겨졌다고 하네요. 거제도에서는 유채꽃과 매화 중에서 가장 먼저 꽃이 피는 춘당매가 1월 중순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죠. 설악산에서도 2월부터 노루귀, 변산바람꽃 등이 빠르게 소식을 전해왔네요.

봄소식을 알린 건 꽃만이 아니에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제주도롱뇽이 1월 10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산란 소식을 알렸는데요. 1월 말에서 2월 초 산란하는 제주도롱뇽은 올해 유독 빨리 겨울잠에서 깨어나 알을 낳은 거래요. 산란 시기가 가장 늦었던 2011년과 비교하면 무려 한 달 반이나 일찍 산란을 시작했으니까요.

동면에서 깨어난 제주도롱뇽과 산란한 알주머니
동면에서 깨어난 제주도롱뇽과 산란한 알주머니

▲동면에서 깨어난 제주도롱뇽과 산란한 알주머니

1월 평균기온 2.8℃, 기온역사 다시 쓴 따뜻한 겨울

봄꽃들과 제주도롱뇽은 왜 이렇게 부지런히 깨어난 걸까요? 그 이유는 초봄 같은 포근함에 계절을 착각했기 때문이에요. 잠시 지난 1월 기온을 떠올려보세요. 동장군이 괴롭힌 기억이 있던가요? 기상청에 따르면 1월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2.8℃를 기록했어요. 평년보다 3.8℃ 높은 건데요. 심지어 1월 7일 제주의 낮 최고 기온은 23.6℃로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로 높아 제주 기온의 역사를 다시 썼을 정도였죠. 1월 기온이 높았던 건 시베리아 지역에 남서기류가 주로 유입되면서 고온 현상이 나타나,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해서예요.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차가운 북서풍도 약했던 거죠. 겨울의 경향이 봄까지 이어지며 올해 봄도 평년보다 따뜻할 전망이래요.

겨울 기온이 높아진 데는 엘니뇨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요.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인데요. 따뜻한 바닷물을 타고 물고기가 몰려와 이를 본 사람들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아기 예수란 뜻의 스페인어 엘니뇨라고 부르게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금세 상황이 달라졌어요. 해수 온도가 급격히 올라 물고기가 죽거나 사라지고 세계 곳곳에 홍수, 가뭄, 태풍 등의 기상 이변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북미나 남미보단 덜하지만, 겨울철 엘니뇨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지구 곳곳에서 평소보다 강한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요.

▲1월 평균기온 상승 원인 ⓒ기상청

▲1월 평균기온 상승 원인 ⓒ기상청

다양한 생물종 연결 고리 끊어질 수 있어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우 연구사는 “식물의 생장이나 번식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걸친 생물 간 상호작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라며 “꽃 피는 시기와 벌 같은 수분 매개 곤충 활동 시기가 어긋나 곤충 먹이원이 감소하거나 식물 수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최병기 박사 역시 “과거에 비해 포근했던 올해 겨울 기온이 개화를 앞당긴 원인으로 판단된다”라면서 “특정한 동식물이 유난히 빨리 산란하거나 빨리 개화하면 되레 봄철 냉해 피해에는 훨씬 더 취약한 경향을 보인다는 게 한 가지 큰 문제이고, 이 종들과 연결된 다양한 생물 종들의 연결 고리들이 끊어질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봄꽃이 빨리 피어 마냥 반가워할 일이 아니었네요. 봄꽃 개체 수가 급감하면 벌, 나비 등 곤충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에도 대혼란이 생길 수 있겠죠. 이러한 현상이 지속한다면 결코 인간에게도 이로울 리 없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세부 요인을 발굴하고 빠른 개화가 종자 결실과 집단 유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모니터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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