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숲시험림 속으로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광릉시험림은 역사가 깊은 시험림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13년 산림과 임업을 연구하는 시험림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보존·관리되고 있지요. 광릉시험림에서는 산림경영과 산림작업 분야의 연구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요. 150여 종의 나무를 심은 후 우리 토양에 잘 적응하는지 적응시험을 실시하고, 가지치기와 간벌(間伐), 숲 가꾸기 기술개발과 임목생장, 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나라 임업연구의 산실로서 맹활약 중인 광릉시험림 속으로 떠나보실까요?

100년 넘게 늘 푸른 숲, 광릉시험림

취재진에게 광릉시험림을 안내한 산림기술경영연구소 산림육성연구실의 정상훈 연구사는 시험림에 들어서며 “수양대군을 기억하시나요?” 라는 질문을 건넸습니다. 산림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부터 시작한 이유를 물으니 그는 “수양대군, 즉 세조 임금이 잠들어 있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광릉시험림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라는 의미였죠.
광릉시험림의 시작은 조선시대로 훌쩍 거슬러 올라갑니다. 1468년 조선 제7대 왕 세조의 능인 광릉이 이곳에 위치하게 되고, 그 후 1913년에 임업시험림으로 지정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광릉시험림이 세워진 목적은 더욱 오랫동안 친환경적으로 산림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서울에서 39㎞만 달리면 도착하는 이곳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운 여느 숲과 같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빠르게 변화하는 임업 환경 속에서 어떻게 경쟁력 있는 산림을 가꿔 나갈지, 시대에 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치열한 연구의 현장입니다.

광릉숲은 5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크게 훼손되지 않고 잘 보전되어 2010년 유네스코(UNESCO)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온대북부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온대활엽수 극상림(極相林)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죠. 극상림이란 기후조건에 맞게 성숙하고 안정화된 숲의 마지막 단계를 뜻합니다. 광릉숲 극상림에는 서어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등의 다양한 수종들이 살고 있는데요, 특히 서어나무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어린나무부터 고목까지 다양한 식물군이 어우러져 있을 뿐 아니라, 장수하늘소 같은 곤충들(3,993분류군)이 많다 보니 이들 곤충을 먹고 사는 까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 등 조류상(180종)도 다양해 광릉숲은 우리나라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어 생물다양성의 보물창고로 불립니다. 이러한 광릉숲 중 대부분이 광릉시험림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죠.

▲2010·2012년 태풍의 피해로 대부분의 잣나무가 쓰러져 재조림을 진행했다.

여의도 공원의 48배,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광릉시험림의 면적은 여의도 공원의 48배인 1,109ha1)에 달합니다. 이곳에서는 광활한 면적만큼이나 매우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산림을 기르고 다듬으며, 벌채하기까지 일련의 산림연구 과정들이 이곳에서 진행됩니다.

그 현장을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차를 타고 산림기술경영연구소 뒤쪽으로 약 5~10분 정도 이동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키가 작은 어린 나무들이 심어진 ‘잣나무 재조림(再造林) 연구’ 현장과 ‘숲 가꾸기 작업 연구’ 현장입니다. 잣나무 재조림 연구 현장에는 이제 갓 자라기 시작한 어린 잣나무들이 식재되어 있습니다.

“잣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수목 중 하나예요. 잣이라는 임산물을 얻을 수 있어서 중요하기도 하지만, 양질의 목재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중요한 수종입니다. 그런데 지난 2010년과 2012년에 태풍의 피해를 연달아 받아서 여기 있던 키 큰 잣나무들이 모두 쓰러졌어요. 지금은 재조림을 해서 어린 잣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답니다.”

지난 2013년, 광릉시험림 100주년을 맞아 ‘2세대 산림’을 기약하며 시작된 재조림 작업은 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이 모여 만든 결과물입니다. 광릉초등학교 학생들과 퇴임선배들이 다 함께 모여 조림에 참여했죠. 이렇게 많은 이들의 정성으로 다시 가꾼 덕분에 지금은 ‘잣나무 재조림지의 생장 및 토양 특성 조사’, ‘생육단계별 숲 가꾸기 현장 실연 및 효과 조사’, ‘임업기계를 이용한 숲 가꾸기 작업시스템 확립’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1) 2015년 제6차산림조사 당시 산림생산기술연구소 관할 면적

▲숲 가꾸기 현장에 심겨진 들메나무.

조림과 육림에서 벌채와 임도까지

‘잣나무 재조림 연구’ 현장 바로 옆에는 ‘숲 가꾸기 작업 연구’ 현장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활엽수의 한 종류인 들메나무가 심겨져 있는데요. 정상훈 연구사는 “침엽수를 심을 수도 있지만 생육조건이 더 까다로운 활엽수를 식재해 우리나라의 나무 연구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국내 산림에 침엽수의 면적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응하려면 활엽수 연구가 활발해져야 합니다. 침엽수보다 활엽수의 생장요건이 훨씬 까다롭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죠. 또 이곳은 산림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지식들을 배워갈 수 있는 교육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벌채 연구를 위해 ‘열상간벌’ 방식으로 벌채된 잣나무들.

교육은 조림과 육림 뿐 아니라 벌채, 그리고 임도에 대한 것까지 진행됩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광릉시험림을 찾았던 날도 벌채된 잣나무가 한 곳에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정상훈 연구사는 “기계화 연구실의 연구를 위해 벌채된 잣나무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열상간벌’이라는 간벌 방식의 효과를 시험하기 위한 것인데요. 벌채 시 한 줄은 남겨두고 한 줄은 벌채하는, 즉 번갈아 벌채하는 방식을 열상간벌이라 합니다. 이를 통해 친환경 벌채 방식으로서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지 비교·분석한다고 하네요.

▲산에 난 임도 역시 연구원들의 고민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설명을 이어가던 정상훈 연구사는 “이렇게 벌채한 나무들도 길이 있어야 차에 싣고 내려올 수 있겠죠? 이곳에서는 임도(林道)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라며 앞으로 쭉 뻗은 길을 가리켰습니다. 임도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산에 난 길을 뜻하는데요. 산에서 벌채한 나무들을 싣고 내려오는 차량을 위해, 연구를 위해 높은 산에 올라야 하는 연구진을 위해, 그리고 산림 휴양객들을 위해 조성되는 도로입니다.

▲나무가 너무 빼곡한 것 보다 햇빛이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숲이 건강하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해

국립산림과학연구원은 친환경적인 산림경영 방식을 지향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광릉시험림에서는 간벌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간벌이란 일종의 ‘솎아내기’인데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적정 간격으로 띄우며 벌채하는 것입니다. 간벌연구를 하는 이유는 햇빛이 나뭇가지에 가려지지 않고 땅으로 충분히 내리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야 지면에 가까이 나는 초본식물도 무럭무럭 자랄 수 있거든요. 또한 나무가 더 크게 성장하려면 적정한 공간이 필요한데, 간벌연구로 그 최적의 조건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본래 한 종류의 나무만 있던 자리에 다른 수종을 심었을 때 잘 자라는지 시험하는 장소도 있습니다. 낙엽송과 소나무가 함께 자리 잡은 ‘숲 가꾸기 작업 연구’ 현장이 바로 그곳인데요. 이곳에서 차로 약 5분 더 올라가면 키가 큰 낙엽송과 그 밑에 자리 잡은 소나무가 나타납니다. 이렇게 두 수종이 함께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 낙엽송이 있던 자리에 소나무를 식재해도 잘 자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경관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죠.

▲우뚝 솟은 낙엽송, 그리고 밑에 자리 잡은 소나무들.

“이 연구를 보다 쉽게 하려면 낙엽송을 모두 벌채하고 그 자리에 소나무를 일괄적으로 심으면 됩니다. 훨씬 경제적이니까요. 하지만 이곳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인 만큼 경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래서 모든 낙엽송을 다 벌채하지 않고 일부는 남겨둔 채, 주변에 소나무를 식재했죠. 두 수종이 어우러진 모습은 멀리서 혹은 가까이에서 봐도 정말 아름다워요.”

▲광릉시험림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묘목들.

우리 산림의 미래가 무럭무럭 자라요

시험림을 모두 둘러본 후, 연구소로 돌아온 취재진은 마지막으로 양묘장(養苗場)에 방문했습니다. 양묘장은 이름 그대로 어린 묘목을 기르는 곳으로, 어린 묘목들은 이곳 하우스 시설에서 산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3~5년 동안 강한 생명력을 만든 후 자연 그대로의 환경인 산으로 가게 되는 것이죠. 마치 부모님 품에서 안전하게 자란 후 사회로 나가는 사람의 삶과 비슷합니다.

“양묘장에서는 소나무, 전나무, 낙엽송 등 다양한 수종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적응을 마친 후 산으로 가면 더 튼튼하게 오랫동안 자랄 수 있습니다. 묘목을 심고, 키우고, 벌채하기까지, 나무의 성장주기에 맞춰 연구를 진행합니다. 생명은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저희 세대에서 시작한 연구는 후대에 이르러서야 완성될 수 있는 것이죠.”

▲다양한 수종의 묘목들이 자라고 있는 양묘장.

광릉시험림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곳입니다. 푸른 광릉시험림을 떠나며 우리 후대가 누릴 숲의 모습 역시 이 울창한 숲처럼 풍성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