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숲산림과학 人터뷰

우리나라의 산림은 1960~70년대 녹화사업에 의해 계획적으로 조성된 인공림이 전체 산림의 30% 정도입니다. 그때 심어진 나무들은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충분히 성장한 성목(成木)으로써 산림을 지키고 있는데요. 나무가 성목이 됐다는 것은 더 큰 성장을 위해 솎아내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친환경 벌채(伐採)와 천연갱신을 연구하고 있는 김현섭 연구사를 만나 우리 산림이 더 건강히 자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Q. 연구사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하시나요?

안녕하세요. 김현섭 연구사입니다. 저는 산림기술경영연구소에서 천연갱신과 친환경 벌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숲을 조성하는 방법에는 사람의 힘으로 만드는 ‘인공조림’과 자연의 힘으로 만드는 ‘천연갱신’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천연갱신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땅으로 떨어진 나무의 종자가 잘 자라 숲을 이룰 수 있게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연구인데요. 친환경 벌채란 목재이용과 환경보전을 고려해서 행하는 벌채를 의미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벌채를 진행해야 산림을 보호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죠.

Q. 박사님께서는 낙엽송 천연갱신과 관련해 좋은 소식을 들려주셨어요.

낙엽송이 작업처리 유무에 따라 생존율이 26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작업처리’란 말이 생소하실 수 있는데요, 천연갱신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숲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을 뜻합니다. 나무의 종자가 땅에 떨어지는 시기를 파악해서 종자가 엉뚱한 곳에 떨어지지 않도록 환경을 정리해주는 작업입니다. 앞서 천연갱신은 자연의 힘으로 숲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말씀 드렸죠? 천연갱신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조건은 나무 종자가 땅에 잘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야 뿌리를 내리고 나무가 되니까요. 종자가 떨어지기 전에 땅 위에 쌓인 낙엽도 치워주고 나무들 간의 간격이 너무 빽빽하면 일부를 베어내기도 합니다. 이런 작업처리 유무에 따라 어린 낙엽송의 생존율이 26배나 차이가 난답니다.

▲김현섭 연구사는 낙엽송에 대한 천연갱신 연구 성과를 이룬 바 있다.

Q. 26배면 정말 큰 차이인데요,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사실 그동안 천연갱신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정적이었어요. 큰 효과가 없다고 오해하셨기 때문이죠. 헌데 저는 천연갱신이 우리나라 산림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임업이 고비용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인공조림은 사람이 묘목을 심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니 자연스레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천연갱신은 자연의 힘으로 숲을 조성하는 방법이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요. 실제로 해외 임업 선진국에서도 천연갱신으로 고비용 구조의 어려움을 타파하기도 했고요. 천연자원의 보고(寶庫)인 숲을 다음 세대가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려면 우리 세대에서 고비용의 임업 구조를 개선해야지요. 이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천연갱신이라 자부합니다.

Q. 숲을 후대에 잘 물려주기 위한 과정 중에 친환경 벌채도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친환경 벌채는 숲이 더 건강히 자라는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실 벌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나무를 베는 것을 무조건 환경훼손으로 여겨 벌채가 환경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벼가 익으면 베어내야 하듯, 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산림은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에요. 40여 년 전에 심은 나무들이 성장하면서 산림 공간에 여유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안 좋은 나무들이 양분을 가져가면, 좋은 나무들이 그만큼 양분을 뺏기는 것이라 성장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미래 산림 자원을 확보하려면 벌채는 꼭 필요합니다. 다만 어떻게 벌채를 할 것인지 방법이 중요한데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해야겠죠.

Q. 친환경 벌채의 조건이 있는지요?

첫 번째는 종(種)의 다양성을 유지할 것, 두 번째는 환경에 피해가 없을 것, 마지막으로 경관을 해치지 않을 것이 그 조건입니다. 일단 나무를 베어내면 개체수의 감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수종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벌채 방식이 아니라 나무를 군락으로 남겨 놓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한 나무씩 균일하게 단목으로 띄엄띄엄 세워두고 벌채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산림의 생태적 기능 유지에 유리하지 않다는 단점이 발견됐어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가 제시한 방식이 바로 나무 군락을 남기고 벌채하는 것이었습니다. 키가 큰 나무, 중간 크기의 나무, 키 작은 나무, 그리고 초본류(草本類)가 한 군락에 존재하면 생물의 서식환경도 자연스럽게 조성되거든요.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기에도 좋고요. 즉, 하나의 건강한 생태 군락이 되는 방식이죠.

Q.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산은 어려서부터 저의 친한 친구였어요. 고향이 경북 봉화인데, 집 뒤에 큰 숲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때는 산으로 땔감을 구하러 다녔죠. 부러진 나무, 썩은 나무를 수집해 학교에 가져가기도 했고요. 어려서부터 산을 가까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서게 된 점도 있겠지요? 대학에서는 산림생태학과 생장학을 공부했습니다. 나무가 더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를 오랫동안 고민해왔지요. 그러던 중 천연갱신이 인공조림에 비해 55%가량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연구에 매진하게 됐습니다.

▲김현섭 연구사가 연구에 필요한 나무 자료를 관찰하고 있다.

Q. 지금까지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천연갱신과 친환경 벌채에 대한 인식이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볼 때가 가장 기쁘죠. 낙엽송 천연갱신의 성공 이후에 ‘천연갱신이 정말 가능하구나.’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천연갱신은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지는 편이었거든요. 그런 의심에 물음표를 던지고,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는 점이 정말 보람되더라고요. 친환경 벌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뀐 것을 느끼고요.

Q. 연구자로서의 가치관이 바뀌는 지점도 있으셨나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미리 연구를 포기하지 말자’ 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천연갱신을 처음 시작할 때도 모두가 ‘어려울 걸’ 이라고 반응했었죠. 헌데 저는 8년 째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도 나오고 있고요. 본인의 확신이 있다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끈기도 필요한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고민하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Q.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천연갱신 분야에서는 소나무와 낙엽송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현재 편백나무와 삼나무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참고로 이 네 종류의 나무는 우리나라의 주요 조림수종이라 더욱 중요해요. 앞으로 활엽수에 대해서도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활엽수와 침엽수는 천연갱신 메커니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이에 더해 현장적용 기술을 심화하고 싶습니다. 친환경 벌채 분야에서는 벌채 이후 생물 다양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더욱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범위를 넓히고 싶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바쁘게, 꾸준히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