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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아지는 여름입니다. 잠시나마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청량한 대상을 찾게 되는 계절이죠. 그런 의미에서 대나무는 여름과 참 잘 어울립니다. 손끝만 살짝 대도 기분 좋은 시원함이 몸 안으로 전달되는 듯하니까요. 우리, 대나무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 볼까요?

▲여름과 잘 어울리는 대나무. 길고 곧게 뻗은 모습이 선비의 절개를 비유하곤 하죠.

대나무의 이모저모

여름이 되면, 과거 우리 부모님들은 으레 죽부인과 대나무 돗자리를 이웃과 선물로 주고받곤 했습니다. 시원하고 청량감 있는 대나무 소재가 피부와 맞닿으면 습도로 인한 끈적거림이 단번에 없어지는 듯하니까요.

대나무와 여름은 참 잘 어울립니다. 실제로 대나무는 추위보다 더위에 강하다고 해요. 대나무가 분포한 군락지도 주로 남부지역이죠. 온대 기후와 냉대 기후의 기준점에서 자라기에 두 기후를 구분하는 식물로도 유명한 대나무는 국내에도 오랫동안 서식해 왔습니다. 전남과 전북, 경남과 경북 지역에 대부분 분포하고 있으며, 강원도와 충남 해안지방 일부지역에서도 자라고 있죠. 점점 더워지는 요즘, 담양 대나무 숲과 기장의 오서산 대나무 숲, 울산 십리대밭 등에 가면 시원한 대나무 숲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길게 뻗어 올라 나무처럼 보이지만 사실 대나무는 초본식물에 속합니다.

대나무, 사실은 풀이라고요?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게 사철을 푸르니 그를 좋아 하노라
- 윤선도 <오우가> 제 5수

대나무를 보면 떠오르는 의문이 있습니다. ‘대나무는 나무일까?’라는 질문이 그것이죠. 이런 시조를 보니 우리 선조들도 대나무를 놓고 여러 고민을 했나 봅니다. 헌데 시인 윤선도의 생각은 정정이 필요합니다. 그는 대나무를 ‘나무도 아니며 풀도 아닌 것’ 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대나무는 풀이 맞거든요. 진짜입니다. 대나무는 나무처럼 보이지만, 심지어 그 이름에 ‘나무’라는 명칭도 들어가 있지만 실은 나무가 아니랍니다. 벼과식물로서 상록성 목본처럼 ‘키가 큰 풀’인 셈이죠. ‘대나무가 풀이라니!’ 지금 놀란 분들, 많으시죠?

풀과 나무를 구분 짓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단단한 부분인 목질부가 있는가, 둘째는 형성층이 있어 부피생장을 하는가입니다. 목질부는 줄기의 중심인 수심과 껍질을 제외한 물관으로 나무의 물 이동과 관련한 역할을 합니다. 대나무는 목질부는 있지만 형성층이 없어요. 나무에게 형성층은 부피생장이 일어나게 하는 중요한 부위입니다. 부피생장이 일어나면 나무가 두꺼워지는데, 대나무에는 형성층이 없어 일정 폭을 넘어서면 더 두꺼워지지 않습니다. 즉 첫 번째 조건은 충족하지만,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초본식물에 속하는 것이죠.

대나무에도 꽃이 필까

초본식물인 대나무에도 꽃이 필까요? 답은 Yes입니다. 사실 대나무는 약 50년 주기로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쉽게 보기 힘든 이유죠. 꽃이 필 때는 주변의 모든 대나무가 동시에 개화를 하기 때문에 얼마 되지 못해 집단으로 죽는다고 합니다. 대나무를 기르는 농가에선 이 현상을 ‘개화병’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하지만 사실 꽃을 피운다고 해서 대나무가 죽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꽃이 피는 주기가 너무 길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5속 18종의 대나무 종이 분포하지만, 워낙 꽃은 보기가 어렵다보니 대나무 꽃은 귀하게 여겨집니다. 예로부터 대나무 꽃은 ‘신비의 꽃’으로 여겨 길조로 받아들여졌어요. 특히 ‘나라에 좋은 일이 발생할 징조’, ‘봉황새가 나올 때 피는 꽃’이라 하여 희망을 상징하는 꽃으로 통하죠.

▲길조로 통하는 대나무 꽃에 소원을 빌어 볼까요?

그런데 이렇게 귀한 존재인 대나무 꽃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이달, 전라북도 정읍에서 대나무 꽃이 발견된 건데요. 정읍시 북면 1번 국도변에 대나무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나무 꽃이 관측된 것은 1937년 경남 하동 왕대림, 2007년 경북 칠곡 솜대림, 2008년 경남 거제 칠전도의 맹종죽림, 2012년 경남 김해 용두산에 자생하는 이대 등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2017년 경상남도 창원시의 대나무 솜대가 10년 만에 꽃을 피운 사례가 있었죠. 이번 정읍에서 발견된 대나무꽃은 그 이후 2년 만의 경사입니다.

대나무 꽃을 보기 힘든 이유는 뭘까요? 대나무는 땅속에 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씨앗이 아닌 줄기로 번식이 이뤄져서 매년 개화하지 않아요. 땅 위로 드러난 모습으로만 판단하면 안 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많은 그루인 것 같지만 실은 땅속줄기로 연결된 몇 개의 개체라니,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식물이네요.

▲이달 전라북도 정읍에서 관측된 대나무 꽃 (출처: 정읍시청)

콩나물에 많은 아스파라긴, 죽순에도 있다?

대나무는 그리고 식재료로도 쓰입니다. 봄철 식탁에 오르는 죽순은 칼륨과 비타민B가 풍부한 대표적인 건강 먹거리죠.

특히 죽순은 90%가 수분이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몸속의 나쁜 독소와 물질들을 몸 밖으로 배출하게 해줍니다. 티로신(Tyrosine)·베타인(Betaine), 콜린(Choline)·아스파라긴(Asparagine) 등 단백질이 많고, 칼륨 함량이 높아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는 효능이 있다고 해요. 콩나물에 많다는 그 아스파라긴이 바로 이 죽순에도 많다고 하네요. 최근 웰빙식품으로 이 죽순이 주목받고 있다고도 하죠. 대나무 식재 후 4〜5년이면 죽순을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속이 텅 비어있는 대나무의 쓰임새는 여러 가지예요. 여러분은 어떻게 활용하고 싶으세요?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반응하는 대나무는 서로 부딪히는 소리만으로도 청량감을 전합니다. 여름과 대나무가 잘 어울리는 이유죠. 올 여름이 가기 전, 대나무 숲이 머금은 바람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