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숲산림과학 人터뷰

나이스 타이밍! 아마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이겠죠? 저희 <과학이그린> 취재팀이 서준표 연구사를 인터뷰한 날은 마침 그가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사로 임용된 ‘첫 날’이었습니다. 이런 뜻깊은 날,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어 이 순간을 더 잊지 못할 거라는 서준표 연구사. 그는 오늘의 추억을 발판 삼아 국립산림과학원의 책임감 있는 연구사로 활동하겠다며 미소 지었습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어떤 연구를 주로 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보전연구부 산림방재연구과에서 일하고 있는 서준표 연구사입니다. 저는 현재 사방, 즉 산사태 피해 방지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 산림방재연구과에 들어왔는데, 당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바로 국립산림과학원에 왔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죠.

저는 산림자원학을 전공하고 세부전공으로 사방공학을 공부하였습니다. 여름철 국내에서 발생하는 산사태가 큰 위험이 있다는 것을 느껴 이 분야를 더 깊이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산사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여름철 집중되는 강우, 태풍 등 기상 외에도 산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나무와 흙, 그 안의 야생동물까지도 다뤄야 합니다. 매우 방대한 범위를 연구해야 하죠. 최근에는 지진 때문에 발생하는 산사태에 대해서도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산에 관련된 전공을 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산을 워낙 좋아했어요. 산에 가서 푸른 나무를 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 늘 작은 행복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학부 시절, 선배들이 산을 좋아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정을 느끼기도 했고요. 그러고 보면 예전부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꼈나봐요. 지금 있는 연구실 동료들도 산을 사랑해서 그런지 다들 좋은 사람들입니다. 서로의 공백을 메워주며 연구하는 동료들에게 늘 감사해요. 어릴 때부터 산을 좋아했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좋아했으니, 지금 산림방재연구과에서 일하고 있는 게 너무 행운인 것 같네요.(웃음).

Q. 산사태 연구라니, 조금 생소합니다. 무엇을 연구하는 건가요?

산지토사재해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산사태’, ‘토석류’ ‘땅밀림’등 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죠. 산지 토사재해 중 하나가 바로 산사태입니다. 특히, ‘토석류’라고 해서 흙, 돌, 바위, 나무 등이 물과 섞여 빠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재해가 있는데, 산사태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위험도도 높아요. 세부적으로 말하면, 재해 연구는 ‘예방 – 대비 – 대응 – 복구’, 이렇게 총 네 단계로 이뤄집니다. 과거에는 재해가 발생하고 난 후 대응과 복구에 중점을 뒀다면, 지금은 예방과 대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Q. 특히 여름철에는 산사태 예방이 중요할 텐데요.

맞아요. 우리나라는 연 강수량의 약 60% 이상이 여름철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국지성 집중호우와 태풍 때문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여름철에 산사태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지고 있죠.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과학적인 산사태 위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과거 산사태 발생 지역의 DB를 분석하고 산사태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지형과 환경, 임상 등의 인자를 선정해 산사태위험지도를 개발했습니다. 5등급으로 위험도를 구분해 전 국민이 산사태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서비스를 실시합니다.

실시간으로 산사태 위험성을 분석한 정보도 제공합니다. 국내에서는 산사태 발생 원인의 대부분이 바로 강우인데요. 그래서 비가 내리면 산사태 정보시스템의 예측정보를 통해 빠르게 산사태 현황을 제공하는 게 중요해요.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강우분포와 지질특성을 고려해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탱크모델(Tank Model)을 이용해 토양함수지수를 분석합니다. 그 지수에 따라 예·경보를 구분해 산사태 예측정보를 읍·면·동 단위로 관련 지자체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산사태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 인가요?

산사태가 발생한 곳에 직접 가보면 참담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아요. 재해 현장을 살펴보면 어느 방향으로 토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위험성과 규모도 짐작할 수 있죠. 2011년 서울 우면산과 춘천 마적산 산사태 피해를 기억하실 거예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해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었죠. 특히 도심에서 발생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도심지에서 산사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산지를 개발해 전원주택단지, 태양광설치, 팬션단지 등 도시생활권 지역이 확대되면서 피해 위험성도 증대된 거죠. 또 과거에는 산사태 유발 원인이 강우 하나였는데, 현재는 지진이 추가됐습니다. 더 이상 한반도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에요. 2016년 경주지진, 2017년 포항지진을 겪었잖아요. 우리 모두 지진이 산사태를 유발하기도 한다는 위험성을 인식해야 해요.

Q. 연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재해와 관련된 연구를 하다 보니 현장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인명피해가 발생한 산사태 피해 현장에 원인을 조사하러 가면 산사태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분들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뭔지 모를 자책감이 들어요. 대부분 산 하류에 있는 가옥이 매몰된 경우가 많아요. 그런 산사태 피해 현장에서는 독특한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보람된 순간은 그 반대 지점이에요. 산사태가 났어도 인명피해가 없고 재산 피해도 적다면 그것만으로도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한 사람으로서 안도감과 보람을 느끼곤 해요.

Q. 재해 현장을 눈앞에서 보는 만큼 연구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도 크실 것 같네요.

무엇보다 산사태 피해를 입는 분들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연구직 공무원인 만큼 연구자로서, 또 공직자로서 사명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늘 사명감을 갖고 산사태가 발생하면 현장에 신속하게 가서 재해 현장을 빠르게 복구하려고 애쓰죠. 비가 연이어 내릴 때는 교대로 비상근무를 서요. 몸은 힘들지만 이런 노력이 한 사람의 인명피해라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어요.

Q. 개개인 한 사람이 산사태를 막을 수는 없지만, 대비하거나
조심할 순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산지 주변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평소에 배수로를 정비하세요. 산사태 피해가 커지는 이유는 배수로가 막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평소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특히 주의하세요. 비가 올 때는 취약지로 지정된 곳에 가지 말고, 사전에 대피로 위치를 파악해 최단 거리로 갈 수 있는 경로를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강우 상황이나 재난안전 방송 등도 주의 깊게 들어주세요. 각 지역마다 지역산사태예방단이 있으니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예방단과 대피 안내 담당 공무원의 지시에 잘 따르시고요. 이렇게만 해도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Q. 이제 정식 연구사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실 텐데요.
앞으로의 연구 계획과 바람을 들려주세요.

연구사로 임용된 지금,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처음 시작했을 때의 순수한 열정으로 연구에 더 매진하고 싶습니다. 특히 지진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싶어요. 앞에서 말했듯이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지진으로 발생되는 산사태의 위험도 평가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사방댐 등 구조물에 대한 내진설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에요. 산지개발 등 인위적 훼손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땅밀림’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할 거고요. ‘땅밀림’은 서서히 중력방향으로 산 전체가 이동하는 것인데, 자칫하면 대형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험도 평가 및 복구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열심히 연구해서 산사태와 같은 산지토사재해를 예방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는 연구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