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숲현장포커스

지난 4월 강원도 고성, 속초, 강릉을 덮친 산불은 온 국민에게 커다란 아픔을 안겨줬습니다. 당시 산불이 빠르게 번져나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간지풍(襄杆之風)’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불리는 강풍이 주원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사이에,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산에는 산만의 기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평지와는 다른 산악 기상관측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죠.

▲산악기상연구실 연구원들이 전국 산지의 기상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산악기상, 왜 평지와 다를까?

“바람과 습도 모두 크게 이상은 없네요. 7월에 평균적으로 나타나는 기상입니다.”

지난 7월 초, 산악의 기상을 연구하는 국립산림과학원 산악기상연구실 사람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연구원들이 커다란 전광판을 보며 국내 모든 산의 기상을 관측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산악기상을 관측하고 필요한 자료를 수집한다는 산악기상연구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모든 산에서 일어나는 기상 변화를 빠짐없이 관측하고 있습니다. 오직 산에서만 일어나는 바람과 물의 이야기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셈이죠.

산악의 기상은 평지와는 다릅니다. 왜일까요? 이에 대해 장근창 연구사는 ‘지형적 특성’을 언급했습니다. 산지는 평지와 달리 지형의 높낮이 폭이 크고 그 사이를 드나드는 바람의 세기가 강합니다. 실제로 지상과 산악에서의 기상은 풍속은 최대 두 배, 강수량은 두 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해요.

“바람에 영향을 주는 건 기압이에요. 바람이 산봉우리를 오르고 내릴 때 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바람의 형국이 달라집니다. 세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죠. 강수도 마찬가지예요. 이처럼 산의 지형적 특성이 산의 기상을 평지와 다르게 만듭니다.”

▲산악기상연구실 사람들의 현장 연구 모습

산악기상 관측이 중요한 이유

기상 변화의 폭이 크다보니 산악에서는 바람의 방향과 강수량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공간이므로 한 번 재해가 발생하면 제어 또한 쉽지 않죠. 그렇기에 산악기상관측을 통해 미리미리 바람과 비의 방향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악기상연구실이 꼭 필요한 이유 중 하나죠.

장근창 연구사에 따르면 산악기상연구실이 개설된 가장 큰 이유는 산악지역의 이상기상 해석을 통해 산림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산림재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바로 산불과 산사태입니다. 여름엔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고, 건조한 계절에 특히 산불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죠.

▲산림연료습도계를 관측하는 모습

“저희 산악기상연구실은 산악기상관측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산악지역의 기상을 관측합니다. 주변을 대표할 수 있는 산악지역 기상을 관측하기 위해 가장 적정한 위치를 선정해 최적의 관측망을 구축하고, 정보시스템을 통해 산림기후 모니터링과 영향 예보 체계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악기상정보를 융합, 산림재해를 예측하고 위험을 평가합니다.”

장근창 연구사는 “현재 국내 주요 산악지역에 총 263개의 관측소가 구축됐다”며 “덕분에 산에서 나타나는 기상 변화를 정밀하게 탐지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 2022년까지 기상관측망 총 620개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네요.

▲산악기상관측망에서 측정된 정보는 관리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산림재해 예방부터 국민의 여가생활까지

산악기상연구실에는 실시간으로 전국 산의 기상을 파악할 수 있는 관측 모니터링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산악기상정보시스템: mtweather.nifos.go.kr). 기상관측망으로부터 1분에 한 번씩 기온, 바람, 습도, 강수량 등의 정보가 수집되면 이를 기준으로 모니터 위에 현재 상황이 표시되죠.

7월 현재는 어떤 점을 주안에 두고 관측을 진행할까요? 장근창 연구사는 ‘산사태’라고 답했습니다. “계절마다 산에서 일어나는 재해가 각각 다르다”는 장 연구사는 “봄에는 산불, 여름은 산사태, 가을은 가을 산불, 겨울은 적설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우리나라는 국토의 63% 이상이 산지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계절마다 정확한 산악기상을 관측해 바람길과 강수량 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확한 기상정보를 수집해 산림재해를 예방함으로써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죠.

실제로 지난 2017년 강릉과 삼척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산악기상정보를 현장과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진화 계획을 보다 체계적으로 수립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고성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여기서 잠깐. 산악기상관측은 산림재해를 예방하는 것에 머물까요? 눈치 채셨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양질의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산림청이 선정한 국내 100대 명산과 162개 산림휴양림에 대한 맞춤형 날씨 정보와 함께 산불위험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요. 또 앞으로 산을 방문하고 이용하는 고객을 위해 개엽, 개화일 예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꽃놀이 등 산을 방문하고자 계획하는 분들이 더 효율적으로 시기를 맞출 수 있게 돕기 위해서죠.

“밀원 수종에 대한 개엽과 개화일을 예측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까시나무와 같이 꿀을 채취할 수 있는 나무들이 언제 꽃을 피우는지 미리 알면 양봉업에 종사하는 분들께 큰 도움이 됩니다. 개화 시기를 알면 벚꽃, 산철쭉 축제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죠. 산을 좋아하는 등산객이라면 이런 정보가 아주 유용할 거예요.”

산과 함께 더 나은 내일을

산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측하는 산악기상연구실 사람들은 산과 함께 보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산의 현재를 꾸준히 바라봅니다. 매일 산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만큼 산악기상연구실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을 좋아하는 마음이 매우 중요하다고 해요. 그도 그럴 것이 산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이 업무이기 때문이죠.

“연구를 하다보면 마음 아프고 힘든 순간도 많지만, 동시에 보람된 순간도 있습니다. 산악기상정보를 활용해 산림재해를 예방한 순간이 특히 그래요. 저희 정보는 모두에게 열려있기에 누구나 사용가능해요. 가끔 정보를 잘 이용했다며 연락 주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전화 한통이 얼마나 마음이 뭉클한지 몰라요. ‘이 일을 하길 정말 잘했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다 정확한 산악기상관측을 위해 이곳 산악기상연구실 사람들은 수풀과 수목이 우거진 험한 산을 오르내립니다. 산은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땅이기 때문에 절대 평탄한 환경이 아닙니다. 긴 임도(林道)와 독충, 독사, 대형 야생동물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죠.

“실제로 한 번은 현장 연구를 진행하다가 커다란 뱀이 나타난 적이 있어요. 그 때 누군가 ‘뱀이다!’하고 외치니 건장한 연구실 사람들이 순식간에 일제히 도망가더라고요. 엄청난 속도에 정말 놀랐어요(웃음). 지금은 이렇게 웃으며 얘기하지만 사실 그때는 위험했습니다. 뱀 외에도 멧돼지가 출몰해 긴장한 순간도 있었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산악기상연구실 사람들이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입니다. 산을 이용하는 모든 국민들이 더욱 안전하게 산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그 듬직한 마음을 엿본 덕분일까요. 대한민국의 산림 관리와 국민 안전이 이전보다 더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아지네요.